오래전부터 멋진 개인 홈페이지를 갖고 싶었다. 내 취향대로 꾸민 공간에 글과 사진을 올리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찾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몇 번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래 이어가지는 못했다. 코딩을 모르니 원하는 모양으로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준비된 테마를 골라도 세부적인 부분을 조금만 바꾸려 하면 금세 막혔다. 그렇다고 홈페이지 하나 만들겠다고 코딩 공부부터 시작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 홈페이지를 만들려다 개발자가 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무엇을 쓸지도 문제였다. 홈페이지를 갖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막상 꾸준히 올릴 만한 내용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만드는 과정에서 한 번 막히고, 쓸 내용을 고민하다 또 한 번 막혔다. 그렇게 몇 번 그만두기를 반복했다. 부족한 필력은 어렵게 쓴 글마저 다시 지우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ChatGPT의 도움을 받았다. ChatGPT에서 WordPress.com을 연결해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예전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어볼 수 있었다. 원하는 모습을 설명하고 수정 방법을 물었다. 본문 폭을 넓히거나 글꼴을 바꾸는 일부터 메뉴 구성, 한글과 영문 페이지를 분리하는 작업까지 하나씩 진행했다.
내가 하는 설명은 대부분 평범했다. 글이 표시되는 영역의 간격을 조금 줄이고 싶다거나, 모바일 메뉴의 들여쓰기가 너무 깊다는 식이었다. 정확한 용어를 몰라도 괜찮았다. 화면을 캡처해서 보여주며 원하는 부분을 설명하면 ChatGPT가 수정 방법을 찾아줬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설명해서 고쳤다. 내가 직접 설정 화면에 들어가 값을 바꾼 일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렇게 홈페이지는 조금씩 내가 원하던 모습에 가까워졌다. 예전 같으면 방법을 몰라 멈췄을 지점에서도 이번에는 계속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혼자 이것저것 검색하며 만들던 때와 비교하면 훨씬 수월했다. 물론 “조금만 더”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세부적인 결정은 직접 했다. 글과 영상을 어떻게 나눌지, 어떤 글꼴을 사용할지, 여백을 얼마나 둘지 하나씩 정했다. 로고는 내 이름의 ‘MOOK’이라는 글자에서 두 번째 O만 빨간색으로 표시했다. 사진과 영상을 찍는 카메라의 렌즈와 플래시를 떠올리며 만든 작은 표시다.
홈페이지에 적을 문장은 “기억하고 생각합니다.”로 골랐다. 이것 역시 ChatGPT가 그동안 나와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제안한 문장이다. 내가 이곳에 무엇을 남기고 싶은지를 꽤 잘 설명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홈페이지가 어느 정도 정리되자 이제 첫 글로 무엇을 쓸지 고민하게 됐다. 예전처럼 쓸 내용이 없다는 이유로 또 멈추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다 이 홈페이지를 만든 과정 자체부터 적어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하고 싶었지만 번번이 끝내지 못했던 일을 AI의 도움으로 마침내 완성했으니, 첫 글로는 제법 어울리는 이야기였다.
앞으로 이곳에는 읽은 책에 대한 생각, 여행에서 보고 느낀 것들, 그리고 그때그때 남긴 사진과 영상을 조금씩 모아보려고 한다. 거창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라기보다는 시간이 지난 뒤 내가 다시 찾아와 그때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했는지 떠올릴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
얼마나 자주 글을 쓸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매일 쓰겠다는 약속도, 일주일에 몇 편을 올리겠다는 계획도 없다. 그런 약속부터 시작하면 왠지 또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 대신 기억해두고 싶은 일이 생기면 하나씩 남겨보려고 한다. 책 한 권을 읽었을 때도, 여행 중 마음에 남는 장면을 만났을 때도, 별것 아닌 생각이 조금 오래 머물렀을 때도 말이다.
우선 홈페이지를 만들었고, 그 결과로 이렇게 첫 글도 남겼다. 이제부터는 홈페이지를 계속 만드는 것보다 이 안을 조금씩 채워가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이 글 역시 ChatGPT와 함께 초안을 만들고 여러 번 고쳤다. 홈페이지를 만드는 데 사용한 도구를 글을 쓰는 데도 사용한 셈이다.
그러니 아마 앞으로도 비슷할 것이다. AI의 도움을 받되 무엇을 남길지는 내가 고르고, 내가 직접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이곳에 기록해 나가려고 한다.
기억하고, 생각하고, 가끔은 다시 꺼내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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